첫 그림책을 만들 때 가장 먼저 막히는 지점이 바로 그림책 타깃입니다.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오히려 문장도 그림도 흐릿하게 만들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연령을 정하지 않은 채 예쁜 이야기부터 쓰다가, 어휘를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몰라 한 문장을 몇 번씩 고쳤습니다. 그런데 ‘네 살 조카가 읽는 책’으로 딱 정하고 나니, 신기하게 문장 길이도 그림 스타일도 저절로 정리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AI 그림책을 여러 권 만들고 수업으로 안내하면서 알게 된, 그림책 타깃을 정하는 순서를 하나씩 나눠볼게요.
그림책 타깃이 왜 가장 먼저일까요?
그림책 타깃은 ‘이 책을 실제로 읽을 아이의 연령과, 그 아이가 겪는 감정이나 문제’를 뜻합니다. 나이 하나가 아니라, 그 나이의 아이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지까지 담는 개념이에요.
타깃을 비워두면 기준이 사라집니다. 문장을 짧게 쓸지 길게 쓸지, 그림을 단순하게 그릴지 세밀하게 그릴지, 매번 감으로 정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작업이 느려지고, 책 한 권의 톤도 들쭉날쭉해집니다.
독자를 좁힐수록 책은 오히려 또렷해집니다. 이게 첫 책을 끝까지 완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에요.

‘누구나 읽는 책’이 사실 가장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대상을 넓게 잡는 게 안전해 보입니다. 세 살도, 여덟 살도, 어른도 좋아하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써 보면 정반대예요.
세 살에게 맞추면 여덟 살이 심심해하고, 여덟 살에 맞추면 세 살은 문장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결국 어느 쪽에도 딱 맞지 않는 애매한 책이 나옵니다. 저도 그 애매함 속에서 원고를 몇 번이나 갈아엎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합니다. 먼저 내가 가장 잘 아는 한 아이를 떠올리세요. 내 아이, 조카, 손주, 혹은 수업에서 만난 특정한 아이여도 좋습니다. 그 한 명이 선명할수록 책은 힘이 생깁니다.
독자 연령대별로 달라지는 4가지
같은 이야기라도 동화책 연령대가 달라지면 네 가지가 함께 바뀝니다. 어휘와 문장 길이, 이야기 구조, 그리고 그림의 복잡도예요. 아래 표로 큰 흐름만 잡아두면 그림책 기획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 독자 연령대 | 어휘·문장 | 이야기 구조 | 그림 복잡도 |
|---|---|---|---|
| 0~3세 (영아) | 아주 짧은 문장, 의성어·의태어 중심 | 반복과 리듬 위주, 사건은 최소 | 크고 단순한 형태, 색 대비 강하게 |
| 4~7세 (유아 그림책) | 짧은 문장, 쉬운 일상 어휘 | 기승전결이 있는 짧은 사건 하나 | 배경과 표정이 살아나는 정도 |
| 8~10세 (초등 저학년) | 문장이 길어지고 감정 표현 다양 | 갈등과 해결이 뚜렷한 구성 | 장면 묘사가 더 촘촘해짐 |
표는 큰 감을 잡는 용도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아이마다 편차가 크니 ‘살짝 위 연령’을 기준으로 잡으면 오래 읽히는 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기관도 연령으로 책을 나눕니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도 사서추천도서를 유아,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청소년으로 대상을 나누어 안내합니다. 연령에 따라 아이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다르다는 걸 공적으로도 그렇게 구분하고 있는 셈이에요.
혼자 만드는 개인 창작자라고 다를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타깃을 아주 좁게 잡을 수 있다는 게 1인 창작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림책 타깃 정하는 3단계
그림책 타깃 정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늘 이 세 가지 질문 순서로 정리해요.
- 1단계 · 한 아이를 고르기 — 내가 가장 잘 아는 아이 한 명과 그 나이를 적습니다. ‘다섯 살 우리 딸’처럼 구체적으로요.
- 2단계 · 감정이나 문제 하나 고르기 — 그 아이가 요즘 겪는 감정이나 상황을 하나만 정합니다. 어린이집 가기 싫은 아침, 동생이 생긴 마음, 어둠이 무서운 밤처럼요.
- 3단계 · 한 문장으로 적기 — ‘다섯 살 아이가, 동생이 생긴 서운함을 다독이는 이야기’처럼 타깃과 주제를 한 문장으로 붙입니다.
이 한 문장이 나오면 그림책 기획의 절반은 끝난 셈입니다. 이후 어휘 수준도, 그림 톤도 이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거든요.

타깃이 정해지면 원고와 프롬프트가 쉬워집니다
그림책 타깃 하나만 분명해도 그다음 작업이 눈에 띄게 편해집니다. ‘다섯 살’이라고 정하면 AI에게 원고를 부탁할 때도 “다섯 살 아이가 읽을 짧은 문장으로”라고 조건을 줄 수 있어요.
이미지 프롬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상 연령이 정해지면 그림을 얼마나 단순하게, 어떤 색감으로 그릴지 프롬프트에 바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나눠 쓰는 방법은 이미지 프롬프트를 7개 칸으로 나눠 쓰는 법에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분량도 그래요. 첫 책이라면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첫 그림책은 16~24페이지부터 시작하길 권합니다. 타깃이 좁고 분량이 작을수록 끝까지 완성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림책 타깃은 나이를 딱 한 살로 정해야 하나요?
한 살로 못 박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4~7세’처럼 좁은 구간으로 정하는 편이 좋아요. 이 안에서도 중심이 되는 한 나이를 정해 두면 문장과 그림의 기준이 더 또렷해집니다.
대상 연령을 넓게 잡으면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첫 책에는 권하지 않습니다. 넓게 잡을수록 어휘와 그림의 기준이 흔들려 완성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좁게 시작해 다음 책에서 넓혀가도 늦지 않습니다.
유아 그림책과 초등 그림책은 뭐가 다른가요?
유아 그림책은 문장이 짧고 그림이 이야기를 대부분 이끕니다. 초등용은 문장이 길어지고 사건과 갈등이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같은 소재라도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책이 됩니다.
타깃을 정했는데 중간에 바꿔도 되나요?
괜찮아요. 쓰다 보면 이야기가 더 잘 맞는 연령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바꿨다면 어휘와 그림 톤을 새 타깃에 맞춰 한 번은 전체를 다시 점검해 주세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타깃을 정하나요?
네,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위로가 필요한 30대’처럼 상황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잡을수록 어른 그림책도 메시지가 선명해집니다.
AI로 만들 때 타깃이 프롬프트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원고 프롬프트에는 연령과 문장 길이를, 이미지 프롬프트에는 그림의 단순함과 색감을 조건으로 넣습니다. 타깃이 구체적일수록 AI 결과물의 편차도 줄어듭니다.
완벽한 기획보다 오늘 정한 한 명이 먼저입니다
거창한 타깃 분석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내가 가장 잘 아는 아이 한 명과, 그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감정 하나만 적어보세요.
그 한 줄이 당신의 첫 그림책 기획의 시작점이 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함께 한 페이지씩 시작해봐요.